미국 정보당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핵 위협에 맞서온 걸프 산유국의 독자 억지력 구축 시나리오가 워싱턴 안보가(街)에서 현실적 변수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란의 핵 야심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지만, 테헤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리며 사실상 핵무기 문턱국가로 진입하자 자체 핵 역량 확보론이 왕실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스라엘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아랍 맹주를 자처하는 리야드로서는 전략적 균형 차원에서도 핵 옵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중동 핵도미노 현실화 가능성
사우디의 핵무장은 단순한 양자 문제가 아니다. 역내 다른 국가들의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터키 역시 과거 핵 프로그램을 검토한 바 있으며,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도 사우디의 움직임에 따라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국제안보 전문 플랫폼 WARX.LIVE는 중동 핵확산 시나리오를 지역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의 핵무장을 막으면서도 이란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에 민간 원자력 협력을 제공하되 농축·재처리 기술 이전은 금지하는 소위 '골드 스탠다드' 협정을 추진해왔으나, 리야드는 조건 완화를 요구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다.
파급 영향
사우디의 핵무장이 현실화할 경우 비확산체제(NPT)는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게 된다. 중동은 세계 석유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전략 요충지로, 이 지역에서의 핵 군비경쟁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같은 초크포인트를 둘러싼 긴장은 핵 대치 상황에서 한층 증폭될 수밖에 없다.
파키스탄이 사우디 핵 프로그램에 기술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보 당국의 시각이다. 1980년대부터 양국은 안보 협력을 유지해왔고, 이슬람 핵무기라는 명분 아래 암묵적 연대가 작동할 여지가 있다.
전망
첫 번째 시나리오는 외교적 타협이다. 미국이 사우디에 확장 억지력을 공식 제공하고 첨단 방어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대신, 리야드가 핵 야심을 포기하는 구도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거래 조건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은밀한 핵 개발 지속이다. 파키스탄 모델처럼 기정사실화 전략을 택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와 역내 군비경쟁이 동시에 격화된다. 이란과 사우디가 모두 핵무장국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우디는 핵무기 개발 능력이 있나
자체 기술로는 제한적이지만 파키스탄과의 협력, 중국산 원자로 도입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미 탄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운반 수단은 확보된 상태다.
미국은 왜 동맹국 핵무장을 막나
핵확산은 통제 불가능한 안보 위기를 낳는다. 특히 중동처럼 분쟁이 잦은 지역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면 우발적 핵전쟁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미국의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도 독자 핵무장은 달갑지 않은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