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동 유류 수송로에 적신호가 켜졌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34km의 이 좁은 수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산 원유가 아시아로 향하는 관문이다.

이란의 이번 발표는 역내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으며,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서는 하마스의 로켓이 대량으로 적발됐다. 러시아가 흑해에서 화물선 3척을 공격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유라시아 전역의 해상 수송 안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 불가 통보…원유 수송로 위기

페르시아만 긴장의 역사

호르무즈 해협은 냉전 이후 줄곧 지정학 리스크의 진원지였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격침 사태가 속출했고, 2019년에는 영국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기도 했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나 군사 압박이 강화될 때마다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 전면 봉쇄는 자국 경제에도 치명적이어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이란 내부에서는 시위대가 지도부를 전쟁광이라고 비판하는 낙서가 등장할 만큼 여론이 악화됐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가자 작전이 맞물리면서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이 다층적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WARX.LIVE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군함 동향 데이터는 페르시아만 일대에 각국 해군 자산이 집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시장 파장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 하루 약 2100만 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이 중단된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이 항로에 의존한다. 대체 경로로는 사우디의 동서 횡단 송유관과 UAE의 푸자이라 우회로가 있지만, 용량이 제한적이고 비용도 배럴당 2~3달러 추가된다.

보험료도 문제다. 선박 보험사들은 이미 페르시아만 항해 시 전쟁 위험 할증료를 재산정 중이다. 유조선 한 척당 수십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최종 소비자 가격에도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유사들은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 아시아 정제마진이 요동칠 전망이다.

앞으로의 시나리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외교적 해결이다. 이란과 오만 간 공동성명이 최종 단계에 있다는 소식은 역내 중재 노력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오만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쳐왔다. 만약 오만 주도로 항로 안전 보장 메커니즘이 마련된다면 긴장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군사 충돌 격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습을 지속하고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 호르무즈는 사실상 분쟁 수역으로 전락한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 중이지만,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형 고속정과 기뢰는 대형 전투함으로 막기 어렵다. 러시아가 흑해에서 화물선을 공격한 선례는 해상 수송로 전체가 무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주 묻는 질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얼마나 오르나?

과거 사례를 보면 해협 위기 시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20달러 급등했다. 다만 현재는 미국 셰일과 전략비축유 방출, OPEC 여유 생산능력 등 완충 장치가 있어 1970년대식 오일 쇼크 재연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장기 봉쇄가 현실화하면 공급 부족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나?

한국은 석유비축법에 따라 약 97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보유 중이며, 이는 약 100일치 소비량에 해당한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셰일과 브라질, 가이아나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제 설비가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단기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