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신임 대통령이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공개 촉구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대규모 교전 이후 처음으로 최고 지도부가 헤즈볼라 군사력 축소를 공식 의제로 제기한 것이다.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의 안보 공백과 국가 재건 과제가 맞물리면서, 30년 넘게 유지된 헤즈볼라의 준군사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국가 내 국가, 헤즈볼라의 딜레마
헤즈볼라는 1980년대 이란의 지원으로 창설된 이래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하는 화력을 보유해왔다. 이스라엘 북부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로켓과 드론, 지하터널망은 중동에서 가장 정교한 비국가 군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군의 정밀타격으로 지휘부 다수가 제거되고 무기고가 파괴되면서 조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WARX.LIVE 분석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작전 능력은 전쟁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정학 지각변동 신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내정 문제를 넘어선다. 헤즈볼라 약화는 이란의 중동 영향력 축소를 의미하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수니파 국가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레바논 재건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걸프 산유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반면 이란은 시리아 내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서부 전진기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중해 연안까지 이어지던 이란의 영향력 회랑이 끊길 경우, 역내 세력 판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두 갈래 시나리오
첫째, 헤즈볼라가 점진적 무장해제에 응할 경우다. 정치 조직으로 전환하며 의회 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대신 중화기를 정규군에 이양하는 방식이다. 북아일랜드 IRA의 선례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조직 내 강경파가 반발하며 내전으로 비화하는 경우다. 1975년 시작된 레바논 내전이 15년간 지속됐던 전례를 고려하면, 국제사회의 중재 없이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은 후자의 시나리오를 경계하며 북부 국경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헤즈볼라는 왜 무장을 포기하지 않나?
조직 생존이 걸린 문제다. 무장력은 레바논 정치 협상에서 헤즈볼라가 가진 유일한 레버리지이며, 이란으로부터 받는 자금 지원의 근거이기도 하다.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 정치 세력으로서의 영향력도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어떤 입장인가?
유엔 안보리 결의 1559호와 1701호는 이미 레바논 내 모든 무장조직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며 재건 지원을 조건부로 제시할 전망이다. 반면 러시아는 헤즈볼라 약화가 시리아 내 자국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